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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선영 댓글 0건 조회 3,041회 작성일 19-09-18 03:21본문
젖꼭지 전자레인지를 돌려도 되나요?
청주는 남한의 심장부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 국제공항 중 남한 땅덩어리의 중심부에 가까이 위치한 곳이 청주국제공항(이하 청주공항)이다. 그런 청주공항이 2014년부터 무비자환승이 가능해졌다. 무비자환승이란, 외국에서 우리나라 공항을 통해 환승 또는 입국하는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비자 없이도 환승공항 인근지역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머무는 시간은 원래 72시간에 불과했지만, 2015년부터 120시간까지 허용되었다. 120시간이면 장장 5일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게다가 비자문제가 항상 발목을 잡는 나라에서 온 여행자라면,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120시간 무비자환승이 가능한 공항은 인천, 김해, 무안, 양양, 청주, 대구, 그리고 김포까지 7개이다. 이 중 청주공항이 지리적으로 가장 편중되지 않은 위치에 있다. 청주공항에서 무비자환승이 가능해진 것은 청주만의 경사가 아니라, 국제공항이 없는 주변 지역들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작년 8월부터 전라북도가 청주공항 무비자환승 체류지역에 포함된 데에 이어, 11월에는 충청북도와 전라북도가 중국관광객 공동유치를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성인 전북과 달리, 청주를 비롯한 충북은 무비자환승제도에 대한 홍보조차 미흡해 지역안팎의 걱정스런 시선을 받고 있다. 확실히 청주가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가 있거나 개성이 뚜렷한 도시는 아니다. 청주에 사는 사람들조차 청주는 무엇으로 유명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참을 생각한 후에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 정도다. 모든 도시가 관광지로 유명해질 필요는 없으니, 방문객에게 선뜻 권할만한 관광지가 없다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청주공항의 무비자환승 제도혜택과 더불어, 청주시내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오송역에 호남선 고속철도와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개통된 지금, 조금은 경각심을 느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방 시선 사로잡는 ‘청주 가로수길’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을 달려 청주에 도착하면, 36번 국도를 따라 양쪽으로 울창하게 늘어선 가로수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청주 가로수길’이라고도 불리는 길이다. 차로 달리는 10여분의 시간동안 플라타너스 나무로 만들어진 낭만적인 터널을 지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청주(淸州)라는 이름에 걸맞은 환영인사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한 2월은 아쉽게도 아직 푸르른 가로수들을 볼 시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청주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각인과도 같은 장면이 바로 이 청주 가로수길을 지나는 풍경일테다. 잠깐 차를 멈추고 내려서 사진 한 장 찍기도 어려운 좁은 국도변이지만, 이 속도감으로 경험하는 플라타너스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필자가 경험해 본 도시의 진입부 중에서는 단연코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유명한 수암골에는 주말은 맞아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2007년 충북 예술인들의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벽화들이 낡은 골목길에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여느 벽화마을과 마찬가지로,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골목길 풍경과 어우러져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주민들의 사생활보호를 호소하는 안내문이 곳곳에 보였다. 여기 사람들도 방문객들의 관심이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환승거점’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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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시작해 올해로 11회를 맞는 비엔날레 때문인지 요즘 중․고등학
생들에게 광주는 ‘문화예술’ 도시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사실 30대
중반의 필자에게 광주는 문화예술의 도시라기보다는 5.18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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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벌어졌던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전시회 풍경보다는 시내 곳곳
에 보이는 도로표지판이나 버스정류장에서 ‘5.18민주광장’, ‘4.19로’ 같
은 지명을 발견하면 ‘여기가 광주구나’ 실감했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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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시위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운동’이란 그저 소수의
열정적인 사람들의 몫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광주시민들의 희생과
열의는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으로 박제화 되는 듯 했다.특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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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11월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구(舊) 전남도청 일대에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이라는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광주는 하나의 전
환점을 맞고 있는 중이다.민주화 성지에서 문화중심도시로‘문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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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대한민국 광
주 역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광주가 새로운 도
시전 전략으로 문화도시를 내세우기 시작한 건 2002년 노무현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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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부터였다. 이후 본격적으
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했고,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
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자 새로운 문화적 거점이 될 장소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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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을 설계한 우규승 건축가는 구 전남도청과 5.18민주광
장 등 역사적 장소들의 아우라를 살리기 위해 전당 시설의 대부분을 기
존 지표면보다 낮게 배치했다. 그 결과 실제 완공된 아시아문화전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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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의 주변 경관 속에 완전히 녹아있었다.지상층은 녹지공간이
부족한 도심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에게 열린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공원과 광장 등 오픈스페이스로 조성됐다. 특히 잔디가 깔린 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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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지면에서부터 약간의 경사를 이루며 이어져 있었다. 도심을 산책하
다 이곳에 들러 가만가만 잔디를 밟으며 자연스럽게 들러 쉬었다 갈 수
있게 한 센스가 돋보였다. 기존 도시구조와 조화롭다. 주변 경관을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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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화려하고 과시적인 건물을 짓는 대신 조화로운 건물의 양식을 도
입한 설계자와 이를 받아들인 광주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처음 국제
건축설계경기에서 이 설계안이 당선됐을 때, 일각에서는 스페인의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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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빌바오 지역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같이 가시적인 효과가 있
는 건축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모전 주최 측이 지하화를
사전에 모의했다는 유언비어도 퍼졌다.반면 광주시민들은 전남도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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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광장이 상징하는 5.18민주화운동 자체가 광주의 랜드마크라
는 주장으로 이에 대응했다. 이런 논의는 광주가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그런 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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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화전당이 정권교체, 시민단체와의 갈등, 내부 운영문제, 국정 비선
실세 개입 의혹 등으로 개관한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불협화음에 시달
리고 있는 것은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숨은 도시의 잠재력을 끌어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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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폴리’광주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 ‘광주 폴리’는 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광주 구도심 지역의 문화적 자극제가 되고 있는 디자인프로젝트
다. ‘폴리’란 원래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특별한 기능이 없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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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물을 지칭하는 단어다. 최근 현대 조경, 건축에서는 장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다. 리는 공공시설물일수
있고 예술작품일수도 있다. 폴리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온전히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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몫이다. 광주폴리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3차례의 프로젝트를
거쳐 조성됐다. 건축가나 예술가들이 만드는 소형 건축물로 쇠락해가는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도심재생사업이다. 이 중 1차 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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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이었던 승효상 건축가가 기획하고 국
내외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옛 광주읍성터를 따라 11점의
공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주된 활동내용이었다.처음 광주폴리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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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특별한 의미
가 없고 장소적 맥락과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엉뚱한’ 조형물이라는 비
판도 쏟아졌다. 실제로 1차 폴리 중 어떤 작품은 성벽을 연상시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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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어떤 작품은 폴리라고 미처 인지하지도 못한 채 지나칠 정도였다.
또 다른 작품은 장소와 전혀 상관없는 조형물 같았다.하지만 ‘도시 내에
만들어지는 모든 건축물과 조형물이 반드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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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어야 할까?’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전남
도청 일대의 역사성과 장소성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구현된 것이라면,
광주 폴리는 구도심의 숨겨진 매력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장소로 전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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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기 위한 일종의 ‘일탈’인 셈이다.현대 대도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
잡하게 얽혀서 빠르게 변화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엉뚱하고 삐딱하게, 관습에서 벗어난 일탈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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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이 종종 도시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광주
구도심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이 벌어졌던 현장으로 기념되어야 하는 의
무를 가지고 있으며, 전라남도 도청 이전 이후의 구도심 쇠퇴문제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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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해야 하는 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광주비엔날레가 시민
들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렇게 복
잡한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모든 기억과 장소의 맥락을 다 반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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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본다
면 시민들의 자유로운 상상에 맡기는 폴리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
다.주는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으로 기억되는 동시에 아시아문화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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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도 만들어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곳이다.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폴리는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문화자
산이다. 아시아문화전당에는 광주시민들의 염원과 자긍심이 담겨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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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광주폴리를 통해 시민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5월의 광주를 기억하고,
문화예술을 즐기고, 구도심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낼 수도 있다. 내외부
의 갈등과 정치적 논란, 일부 논객들의 섣부른 판단으로 광주의 문화적
잠재력이 퇴색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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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전남 순천시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2009년 가을이었다. 순천의
중심을 관통해 흐르는 동천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은 ‘순천만 국가정
원’으로 유명해진 풍덕동, 오천동 일대에 다다랐다. 이곳에서 약 7km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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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려가자 세계 5대 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이 나왔다. 말하자면 동천
은 순천만 국가정원 부지에서 순천시 구도심을 통과하는 22번 국도와
신도심의 중심가로인 백강로와 만나 순천만으로 흘러들어가는 형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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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었다. 순천시의 중심에 위치한 봉화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듯한 구도심과 신도심이 순천만이라는 자연 앞에서 비로소 화합을
이루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구도심과 신도심,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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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도시와 자연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완충지대로서 역할을 기대하
는 순천 시민들의 바람을 안고 있었다.2016년 가을, 꼭 7년 만에 다시 순
천을 찾았다. 7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순천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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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원박람회를 개최한, 최초의 국가정원을 가진 도시가 돼있었다.
2013년 순천만정원박람회가 끝난 이후 이 장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
가를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자체로서도 성공적인 이벤트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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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순천만정원박람회의 부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많은 고
민을 한 결과물이 바로 ‘국가정원’이었다. 우리에겐 ‘국가정원’이라는 말
이 아직은 낯설다. 그리스와 이집트에서는 왕실 소유의 정원이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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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국민에게 돌려준 사례가 있고, 영국에는 왕실에 소속돼 있지만 유료
로 개방되는 정원이 있다. 식물원을 국가정원의 유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순천만 국가정원은 이런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정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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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서 완성된 세계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작품이다. 정원의 매력
은 아무리 작아도 가꾼 사람의 취향과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다는데 있
다. 음악이나 조각 작품 등 다른 콘텐츠들을 품으며 다양하게 연출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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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있다. 도시 속에 녹아들어가 칙칙한 공간을 화사하게 바꾸고, 방문객
들에게 아기자기한 정원들을 발견하게 해서 도시를 유람하는 재미를 선
사하기도 한다. 정원문화가 발달한 영국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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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개방하는데, 누구든지 와서 정원을 구경하고 마을 주민들과 만
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정원 주인이 준비한 다과를 먹으면서 정원을
가꾸는 노하우를 서로 알려주기도 하고 정원을 가꾸는데 필요한 씨앗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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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갖기도 한다. 이렇듯 정원은 삭막한 도시생활 속에서 자연과 사람
을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이 될 수도 있다.하지만 아파트라는 주거양식
이 보편적이다 못해 지배적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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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을 가꾼다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순천만정원박람회는 그러한 인식을
바꾸고 정원문화를 소개하는 시발점으로서 의의를 가진다. 국가정원은
정원박람회가 쏘아올린 신호탄을 이어받아 그 열기를 지속시키고,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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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상징적 거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성
숙한 정원 문화의 안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아
직 ‘관광지’라는 인상이 강하고 일부 미니어처 테마파크 같은 정원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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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 넓은 면적 탓에 셔틀버스를 탄 채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도
아쉬운 점이다. 정원의 묘미는 그 장소 내에 머무르면서 천천히 발견해
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원문화에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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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서도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또 다른 의미는 순
천시가 추구하는 가치를 집약적으로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바
로 ‘생태수도’다. 도시는 성장해야 하고,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태습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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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은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이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순천만 국
가정원은 확장하려는 도시의 에너지를 ‘생태관광’으로 전환시키는 역할
을 한다. 생태관광은 갯벌에서 조개를 잡거나 식물이름을 공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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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그 어려운 미션을 최초
로 달성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지난해 11월 순천만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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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원 내에 있는 수목원 전망지에 오르니, 저 멀리 고층건물들이 빽빽
이 들어선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반대편 방향에선 무인궤도차 ‘스카
이큐브’가 순천만을 향해 달리고 있다. 국가정원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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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각색된 자연을 경험했다면, 이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러
갈 차례다. 순천만의 감동을 온전히 느끼려면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순천만 동사면에 위치한 용산전망대를 오르는 것이 정석이다. 쉴 새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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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돌아가는 도시의 삶. 그런데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넋을 잃고 바라볼
수 있는 천연의 풍경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일몰 후 어두워진
산길도 반딧불이 덕분에 외롭지 않다.동물서식지 보호나 생물다양성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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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네 도시인들에겐 실감하기 어려운 말로 전해지
곤 한다. 하지만 7년 전 이곳 순천에서 받았던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여전히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순천만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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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는 이유는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이제 겨우 국가정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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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국가’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역사적 전통이라든가 국가적 상징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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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에 빠지지 말자. 한국만의, 혹은 순천시
만의 독특한 정원문화를 이곳에서 마음껏 배우고, 도시를 활기차게 만
드는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덕분에 순천만은 자연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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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그 중에서도 대관령은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매력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는 곳이다. 먼저 겨울철 대표 레포츠
인 스키문화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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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겠다. 1975년에 개장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용평리조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현대식 시설을 갖춘 스키장이었다. 평리조트에서
발왕산 정상까지 연결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니 강원도의 웅장한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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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스키장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감동
과 설렘을 안겨주지만, 평창의 그것은 조금 특별하다. 아마도 발왕산을
포함해서 백석산, 황병산 등 고도 1,000미터 이상의 명산들이 자태를 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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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 있는 고산지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
하면서 유명해진 ‘스키점프센터’는 이제 대관령면의 명물이 되었다. 아
래에서 올려다보는 스키점프대의 높이와 경사가 아찔하다. 필자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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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스키점프대 출입구가 있는 정상까지 운
행하는 모노레일을 탈 수 없었다. 대신 자동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스키점프타워의 전망대에서는 대관령면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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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 서서 점프대의 활주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키점프 선수들이 느낄
긴장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경기장 시설을 보고 나서 전혀 관심도 없던
경기종목을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경기장 자체가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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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우라가 경기대회의 홍보효과까지 내고 있는 셈이었다.평창엔 스키
점프대 말고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평창의 또 다른 명소인 대관령
양떼목장은 1988년에 만들어졌다. 지금처럼 목장을 관광이나 체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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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로 생각하는 사람이 흔치 않았던 시절이다. 2004년부터는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대관령음악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
페스티벌의 선두주자 격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2004년에 시작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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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니, 대관령음악제의 역사와 깊이를 짐작할 수 있을 테다. 무더웠던 어
느 여름날, 서울을 벗어나 고산지대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듣는 음악
제의 선율은 평소에 클래식음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필자에게도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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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피서가 되었던 추억이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새로운 관광, 여가문
화를 소개해왔던 평창은 올림픽 개최도시라는 이름까지 얻기에 이르렀
다. 올림픽은 도시의 이름을 알리는 가장 스펙터클한 수단이다.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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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국가가 아닌 도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기 때문이다. 2020년 하계올
림픽 개최지인 도쿄,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보다 홍보가
안 되어 있다고 걱정들이 많다. 한 나라의 수도로서 이미 유명한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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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비교되는 게 무슨 대수인가. 올림픽 개막일부터 17일간 대한민국 산
간지방의 한 소도시인 평창의 이름이 전 세계 곳곳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불리어질 것이다.올림픽 파급효과 사후 활용계획으로 이어져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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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그뿐이다. 올림픽 개최가 성장의 지표가 되고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
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건 이미 옛날이야기이다. 친환경적으로 운영되
고 경기장의 사후 활용계획이 철저한 올림픽이 박수 받는 시대가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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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에 반해 평창은 올림픽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기대보
단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경기장 건설로 파괴된 자연환경의 복
원이나 개별경기장 활용방안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환경올림픽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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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하겠다’, ‘한류관광객을 유치하겠다’라는 막연한 선언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올림픽이 끝난 이후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데 남은 역량
을 몽땅 쏟아 부어도 시간이 모자라다.이달 초에 찾은 평창 대관령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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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 한창이었다. 1년 후 올림픽에서 전 세계 선수들이 활약할 경기장
시설들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관령면의 중심인 횡계로터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만들어지고 있는 올림픽플라자 역시 공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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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올림픽플라자는 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
릴, 명실공히 평창올림픽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앞
으로 올림픽 유산으로서, 대관령의 또 하나 명소가 될 잠재력을 가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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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청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늦은 오후의 도시풍경도 꽤 감탄을 자아내었지만, 노을이 지는 시간이나 야경을 볼 수 있는 밤에 더 인상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그만큼 누군가에게는 삶의 휴식처가 되어야 할 마을이 시끌벅적해지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니, 마을미술프로젝트의 미래는 조금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앞으로 청주의 매력은 청주시내의 몇몇 장소들로부터 찾는 것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청주는 항공편이든, 기차편이든, 버스편이든, 환승거점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의 관광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 거다. 무비자환승이 가능해도 청주에만 머무는 시간이 120시간 중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본다면, 이제는 주변 도시들과 함께 일으킬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노려야 한다. 물론 누군가에게 청주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도시일지 모른다. 하지만 해외여행 좀 해본 사람들은 환승공항이 여행자들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환승공항에서 여행자들은 돈도 많이 쓰지만, 주어진 체류시간을 가급적이면 알차게 보내고 싶어 한다. 평소에 가기 어려운 낯선 도시라면 더더욱 그 기회를 허투루 날리진 않을테다. 청주가 이 기회를 잘 잡아서, 관광객들이 스쳐지나가는 ‘터미널’에 그치지 않고 그 발길을 잡아끄는 매력포인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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